그 날 이후 세 번째 4월, 그리고 세월
월간우주당 4월호 에디터의 편지
“또 이만큼 세월이 지나가네요. 우린 뭘 할 수 있을까요?”
일기를 쓰면서 ‘세월 참 빠르다’라는 문장을 적어내려가던 중이었습니다. ‘세월’이라는 단어를 쓰다가 멈칫했습니다. 2014년 4월 16일 이후로 저에겐 더 이상 ‘시간의 흐름’이라는 뜻만을 가진 단어가 아닌 그 ‘세월’. 이 단어를 쓰거나 볼 때마다 떠오르는 기억들, 사람들, 사실들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잊지 않겠습니다’ 라고 약속하던 저 자신이 떠올랐기 때문이었을까요?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자책과 회피 사이를 오가던 때, 우주당과 우주당원들을 만났습니다. 저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우주인들이 많았고, 그래서 종종 우주당 메신저에서는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분노나 슬픔 같은 감정을 얘기하기도 하고, ‘우리는 뭘 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에 생각을 해보기도 하는 날들을 지나갔습니다. 조금씩 생각을 모으고, 또 함께 뭔가 만들어 낼 수 있는 다른 조직들을 만나면서 ‘우리는 뭘 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답들을 그려나갔습니다.
잊지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한 작은 노력, ‘세월호 아카이브’
그렇게 빠띠와 한겨레21, 정보공개센터와 함께 만든 ‘세월호 아카이브’가 만시작되었습니다. ‘잊지 않겠다는 그 약속이 잊혀지지 않도록’ 하는, ‘시민들과 연구자들이 쉽게 정보에 접근해서 건강한 공론장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하는, 시민들이 직접 만든 기록 저장소로 태어났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세월호 아카이브’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세월호 아카이브’가 던진 질문들, 그렇게 시작된 <월간우주당> 4월호
어떤 프로젝트를 함께 한다는 것은 비슷한 경험과 질문을 갖게 되는 걸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세월호 아카이브’ 역시 구축과정을 통해 우주당에 여러 질문들을 던졌고 동시에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보게 했습니다. 국가기록원의 정보공개와 관련된 문제들, 제대로 된 공론장의 부재, 세월호를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 변화 같은 것들이요. 단순히 아카이브 구축을 어렵게 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적인 공론장을 만들지 못하게 하거나 문제의 본질을 흐리게 만드는 문제들이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었던 문제들이 ‘세월호’라는 참사를 통해 여실히 드러난 것처럼, ‘세월호 아카이브’ 작업을 하면서도 그동안 제기 되어 왔던 문제들을 다시 한 번 만나고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월간우주당 4월호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을 다루어보았습니다. 3월호도 우리의 고민에서 출발한 것처럼, 4월호도 같은 곳에서 시작된 것이지요.
<크레이지 캠페인>에서는 국가기록물의 공개와 관련된 문제를 제기해봤습니다. 세월호 아카이브를 구축하기 위한 기록물들을 국가로부터 ‘받기’ 위해서는 공개비용이 15억이 든다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에 대한 모두의 의견을 묻습니다. 곧 청원을 시작할 것이고, 필요한 정보를 시민들이 손쉽게 열람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해결책을 모색해 볼 생각입니다.
세월호와 관련된 언론사들의 보도 경향도 알아보려고 합니다. 박근혜게이트 이전과 이후의 보도 태도가 어떻게 다른지를 살펴보고 질문을 던져보려 합니다. 과연 언론의 보도가 우리가 사안을 제대로 보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을까요? 더 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해 고민하고 더 깊이 있는 토론을 하도록 하는 물꼬가 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우주인들이 짬짬이 분석하고 논의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이외에도, 세월호 관련된 뉴스들, 우주인들의 이야기, 우주당의 이야기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3월호에서도 그랬듯이,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라는 말을 서로에게 던지면서, 천천히 해나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오래도록 기억하겠습니다
얼마 전, 한 인터뷰에서 ‘세월호 아카이브를 언제까지 할거냐?’라는 질문에 한 우주인이 ‘아마 평생하게되지 않을까요?’ 라고 대답했습니다. 너무 비장한 거 아니냐며 서로 웃었지만, 아마도 ‘세월호 아카이브’를 만든 우리들의 마음은, ‘세월’이라는 단어 앞에서 멈칫 하는 누군가들의 마음은 조금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잊지 않겠다는 약속이 잊혀지지 않도록, 오래도록 기억하겠습니다. <월간우주당> 4월호 역시, 이제 시작입니다.
by 줄라이(우주인, 월간우주당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