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독활시 기획단을 소개합니다

*이 빠띠의 오거나이저 중 한 명인 우군이 출산을 앞두고 4월 경에 작성한 글이라 작성시점에서 약간 시간이 지났습니다 ㅎㅎ; 업로드가 좀 늦었네요. 이후의 이야기는 함께 모이고 있는 분들이 더 덧붙여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지난해 5월 ‘오거나이저 외 참여자 0명’이었던 마지막 오프라인 모임 후 지난 한 해동안 가시적인 활동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빠띠와 페이스북)에는 독립활동가의시대에 멤버가 꾸역꾸역 늘어나는 기 현상이 이어졌습니다. 이것은 ‘독립활동가’라는 이름에 ‘저요’라고 호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시대현상인가 - 라며 다소 의미심장하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이렇게 모이는 사람들이 뭔가 원하는 게 있을 것 같은데, 아이디어와 기력이 고갈된 원년 오거나이저들이 다시 무언가를 기획했다가는 참여자 0명의 악순환이 계속될까 염려가 되어서 올해초 “ 2019년 한해동안이라도 뭔갈 기획해 볼 사람들”을 모집했어요. 8명이 모였고 그사이 몇 번 만나서 (아직 서먹한 사이라) 서로 소개를 나누고, 올해 독활시에서 하고싶은 것들을 얘기해서 정해나가는 중이예요.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옮겨 적어도 재밌는 글 여덟편이 나올 것 같지만.. 욕심을 버리고, 어떤 분들인지 간략한 소개와, 이들이 올해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적어봅니다.

 

#  2019 기획단 누가 모였나

원년멤버 우군과 하진

우군

독립러가 되어 외로웠던 시절에 독활시 사람들을 만나 잘 버텨냈어요. 연구활동가로 일하면서 사이드로 그때 그때 생애주기에 따라 꽂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프로젝트들을 해요. 독립연구자로서 혼자는 힘드니까 동료 연구자인 하진과 듣는연구소로 일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 독립러 활동은 듣는연구소와는 별개입니다)

하진

우군과 듣는연구소를 하고있고요. 최근에 동네에 개인적으로 ‘시작이 반’이라는 5평 정도 공간을 냈어요. 뭘 할 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저 말고도 공간이 필요한 사람들, 독립 연구자든 활동가이든지 결과물이 강의나 스터디 어떤 형태로든 그 결과물이 소통될 공간으로 쓰였으면 해요.

직장에서 나온 지 8개월된 초보라서 제가 독립활동가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퇴사하고 애매한 시기에 일로 만난 교수님이 같이 연구하자고 하셔서 프로젝트를 하나 했구요, 그게 끝나면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이예요. 연구 사업을 계속해서 할 수 있을까, 아님 내가 다른 직장을 알아봐야 하나요. 저는 난민 관련된 연구에 관심이 있거든요. 직장 나와서 프로젝트 하니까 공동연구인데 나 혼자 하는 것 같고 외롭고, 원래 이런가 싶고 그래요.

안쑤

저도 직장 나온 지 6개월 정도 되었고 대학원 다니면서 생계를 위해 이런 저런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어요. 이런 모임 하고 싶었던 이유는 저에게 동료, 같이 얘기 나눌 사람이 중요해서 동료를 만나고 싶어서예요. 그리고 나와보니까 조직이 나를 보호하던 막들이 다 사라졌잖아요. 그럼 나의 4대보험이 사라지면 어떡하지? 이런 것들처럼 아무도 안 알려주는 독립러로서 생존하는 법을 알고 싶고, 지금 나의 불안을 함께 나눌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요.

열쭝

저도 회사를 그만둔 지 몇 달 되었는데, 그후에 알던 분들하고 프로젝트 몇 개를 하기도 하고 알바를 받아서 하기도 해요. 그러다보니 저를 프리랜서 내지 독립 활동가라고 불러주더라고요. 나와서 보니까 독립 활동가들이 많더라고요.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저를 적극적으로 독립활동가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저에겐 조직을 지향하는 면도 있어요. 그래서 비영리 구인 시즌이 되면 지원서를 넣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또 나하고 안 맞는 데를 맞춰서 가고 싶지는 않고.. 마음이 왔다갔다하는 상태예요. 조직에 들어간다 해도 독립 활동을 하고 싶고요.

저는 인터뷰하고 글쓰는 일을 해왔고, 또 좋아해요. 그래서 독립활동가들 인터뷰를 해보고 싶어요. 독립활동가들이 생기는 게 어떤 사회적 흐름을 담고 있는 건지도 궁금해서요.

최지

대학원 다니면서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고, 최근엔 일하던 곳에 계약기간이 끝나서 다시 일거리나 일자리를 찾고 있어요. (그 사이 비영리단체에 취직했어요) 저는 조직에 속해도 독립활동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직장과 상관 없이 서브로 얼마든지 독립활동을 할 수 있거든요. 예전 직장에 다닐때 월-금 일하고 주말에 카페 알바도 하고, 친구들이랑 환경 활동도 오래 했거든요. 생각하니 그게 독립활동인 것 같아요.

원영

10년 전인 2009년부터 1인 시민활동가로 활동했어요. 그 때는 저를 소개해도  ‘그래서 뭐라고요?’라고 묻더라고요. 제 설명이 어려우니 그래서 이런 그림으로 제 소개를 해왔어요. 이런 스케치북 포트폴리오가 몇 권 있어요. (모두 감탄!)

예전엔 평화단체에서 일했는데, 평화 외 여러가지 이슈에도 관심이 많지만 단체 활동가로서는 한 가지 주제로만 일해야 하는 것이 아쉬워서 1인 시민활동가가 되었어요. 제가 하고싶은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해요. 예를 들어 개인 후원 받고 싶지만 후원을 받기 어려우니 사람들에게 고민을 듣고 해결해주기도 했고, “넌 재테크는 안하냐.”고 면박주던 친구를 떠올리며 ‘나는 재태크 대신 can 테크를 할거다’ 라고 해서 ‘캔테크’를 하기도 하고, 돈이나 마음의 빚이 있는 사람들끼리 빚잔치도 해주고, 다양한 방식으로 인생 얘기를 나누는 ‘인생 올림픽’도 해요.

저하고 비슷한 사람들을 묶어서 페이퍼컴퍼니 ‘쓰잘떼기 종합상사’를 만들었어요. 이 멤버들은 어렸을 때부터 엄마한테 ‘넌 왜 이렇게 쓰잘데기 없는 짓을 하느냐’라는 말을 들었던 경험이 있었대요. 각자 자기 영역이 있고 일을 하다가 필요할 때 같이 일해요. 십 년 동안 1인 시민활동가로 살았지만 저를 설명하기가 힘들었는데, 이제는 이런 모임이 있다니 감격스러워요.

호석

영리 비영리를 넘나들며 조직에서 기획이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했어요. 회사를 옮겨 다니다 보니 저는 관심있는 일을 찾는 스타일이고, 회사에서 일하는 방식이 궁금하더라고요. 제가 갔던 회사들이 베스트들은 아니었어도 탑텐에는 드는 곳이었는데도 행복하지 않았어요. 왜 조직들이 그렇게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 조직문화 쪽으로 관심사가 옮겨갔어요. 주5일 근무는 재작년 5월까지 하다가 그 후엔 테스트 기간으로 삼고 단체, 소셜벤처, 중간지원조직 등과 일해보았어요. 사람들이 ‘일’을 통해서 조금 더 자기와 맞는 일의 방식, 형태를 찾는 것 같고 그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 게 정답이라고 할 순 없을테고, 각자에게 맞는 형태로 일하되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게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있어요. 독립활동가도 일하는 방식의 하나라고 생각해요.

 

# 무엇을 하고싶나

 

첫 모임에서 이렇게 자기가 독립러로 사는 이야기, 독립러에 대한 궁금증, 문제의식 등을 얘기하다보니 하고싶은 활동이 칠판을 가득 채울만큼 나왔어요.

 

다행히도, 이 많은 욕구를 두번째 모임에서 원영님의 ‘트럼프 카드’를 활용한 ‘뽑기’ 퍼실리테이션 신공을 통해 모아낼 수 있었죠. 독립러 기획단을 통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선순위를 세워보니

“활동에 대한 고민을 나눌 동료를 만나고 싶고”

“올해 뭔가 하나라도 생산하고 싶은데”

“주어진 일이 아니라 원하는 프로젝트를 실제로 해 보고 싶으며”

“독립러 리얼 생존기”를 (어떤 방식으로든) 만들어보고 싶다.

는 것이었어요.

 

결론적으로, 올해 기획단은 “독립러 리얼 생존기”를 제작해 보기로 했어요.

그 방식이나 내용은 다양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템1. 독립러 생존을 위한 생활기술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경험을 담은 서바이벌 정보나

생활기술에 대한 정보.

아이템2. 독립러 현상에 대한 인터뷰나 연구: 전반적인 사회 흐름 속에서 독립러는 왜 등장했나에 대한 글

아이템3. 독립러 발표회: 독립러들의 활동이나 연구를 공유하는 발표회.

 

앞으로 기획단이 무엇을 하게 될지 아직 뚜렷하지는 않지만, 공감하는 독립러 분들과 함께 할 재미난 일이 생길 것 같아요. 적어도 함께 고민을 나눌 동료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만큼은 반쯤 시작이 된 것 같아요.